2010.01.04 15:04

목사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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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학자면서 윤리적인 사람이 없고, 신학자면서 신앙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말과 사람됨이 일치하지 않음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윤리를 말하는 사람은 극히 윤리적인 사람일 것으로 여긴다.


또한 성경을 연구하고 성경을 말하는 사람은 신앙이 좋을 것이라고 여긴다. 이것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함정이다. 타인에 대해서도, 자기에 대해서도, 하는 일과 사람을 일치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교인들은 목사는 신앙이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같이 하나님에 대해 설교하고, 진리를 외치고 있으니 그 마음에 오직 하나님만 두면서 거룩하게 살아갈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기도보다 목사의 기도가 더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과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이니 목사가 기도해 주면 하나님이 더 빨리 응답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마치 목사는 인간의 한계와 부패성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인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나님과 제일 멀리 있는 사람이 목사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나는 내가 나를 생각해도 참으로 한심하다. 일주일에 몇 번이고 예수를 말하고 진리를 말하면서 마치 나 혼자 성경의 모든 진리를 다 깨닫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 너무 한심할 때가 많다.


언젠가 설교를 마치고 강단에서 내려오자 꼬맹이 하나가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러나 옆에 있던 어떤 분이 ‘아저씨 아니다 목사님이다’라며 가르친다.


목사는 아저씨가 아닌가? 군인은 사람이 아니라 ‘군바리’라더니 목사는 아저씨가 될 수 없는 것인가? 그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눈에 목사는 목사가 아니라 그냥 아저씨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 집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세뇌시켜서 목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어른들이 생각할 때 목사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이 목사에 대해 크게 실례하는 것인 줄로 여기는 모양이다.


어떤 유대 랍비가  "성직자가 자기 직업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바보스러운 일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다.


목사라는 직업을 거룩하게 여김으로써 목사 일을 하는 자신도 거룩한 존재인 것으로 여기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 자신의 함정에 빠지는 큰 오류임을 생각해야 한다.


즉 목사가 자신의 말과 행동과 하는 일에 속지 말고, 하나의 인간으로 보면서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목사인 자신도 아저씨라는 부류에서 분리될 수 없는 똑같은 부패한 심성을 가진 자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미국 농담 가운데 거지와 목사의 공통점을 몇가지 말한다.

첫째 출퇴근시간이 자기 마음대로다.

둘째 주는 대로 먹는다.

셋째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

넷째 이직률이 낮다.

다섯째 입만 가지고 산다.

여섯째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일곱째 손에 늘 무엇인가를 들고 다닌다.


웃음을 자아내는 말이면서도 뭔가 뼈 있는 농담이다. 거지와 다를 바 없는 것이 목사라는 뜻이 아닌가?


그런데도 목사들은 목사로 불려지는 것을 좋아한다. 목사라는 것으로 온갖 폼을 잡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목사라는 것으로 타인에게 덕이 되지도 못하면서 목사라는 직업을 붙든다.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은 채 대접 받는 것에만 익숙하여 자기 위에 누가 계신지도 잊고 살아간다. 목사도 순종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채 순종을 받으려고만 한다.

이러한 목사의 울타리 속에 나도 들어있다. 여전히 목사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겠지만 목사를 목사로 보지 않고 ‘아저씨’로만 보는 어린아이들의 시선이 그립다. 그때 딱 한번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불려지고는 끝이다. 아마 부모로부터 ‘아저씨 아니다. 목사님이다’는 세뇌 교육을 받은 탓이리라.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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