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4 11:47

(영화평) 왕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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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종상 영화제에서 관객 120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운 영화 ‘왕의 남자’가 10개 부분을 수상하면서 또 다시 역대 최다 수상 영화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라는 말이 된다.


도대체 사람들은 ‘왕의 남자’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것인가?


‘왕의 남자’에는 극과 극의 관계가 등장한다. 그 하나가 인생의 맨 밑바닥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 광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인생의 맨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왕이다.


이 영화는 광대의 세계와 왕의 세계를 통해서 뭔가 전면에 내세우고자 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즉 ‘왕의 남자’는 광대 이야기면서도 광대의 세계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를 등장시킴으로서 현실의 모순을 꼬집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광대라는 것이 탈속에 얼굴을 감춘 채 양반과 상민이라는 굴레 속에서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민초들의 한을 대신하던 사람들이 아닌가? ‘왕의 남자’는 광대이야기를 하면서 광대의 그러한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즉 감독은 ‘왕의 남자’를 통해서 세상의 현실을 풍자하며 모순을 꼬집고자 한 것이다.


왕의 남자의 중심은 앞서 말한 대로 극과극의 두 세계의 관계에 있다. 광대의 세계는 인생의 맨 밑바닥에 위치한 자들의 세계이다. 아무런 권력도 없이 온갖 천대와 무시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세계다.


그런데 그 세계에는 자유가 있다. 권력에 매이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흘러가면서 놀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반면 왕의 세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추었다. 말 한마디로 세상을 호령한다.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광대와 같은 자유가 없다. 틀에 매이고 법도에 매이고 규칙에 매여서 살아간다. 이 영화는 세상을 향해서 과연 어떤 세계를 원하는가 묻는 것 같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세계는 왕의 세계가 아닐까? 권력과 부를 소유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꾸는 것이 현대인들이 아닐까? 그러한 세계가 곧 행복의 세계라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왕의 세계는 광대의 세계를 만남으로 흔들리고 만다. 광대의 세계가 궁궐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왕의 세계의 모순이 드러나고 왕의 세계가 깨어져 버리는 것이다.


궁궐 안에서 광대의 놀이판이 벌어질 때마다 감추어져 있던 궁궐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럴 때마다 궁궐에서는 복수와 권력다툼과 음모들이 판을 친다. 결국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인 궁궐의 세계, 왕의 세계는 광대놀이보다 더한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결국 궁궐 안에서의 광대놀이는 그냥 놀이가 아니라 감추어져 있는 것을 폭로하는 일종의 고백의 현장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고백에 의해 궁궐은 복수와 권력을 다투는 놀이의 세계였음이 폭로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광대는 광대일 뿐이다. 아무런 힘이 없는 약자의 세계이다.


연산이 아무리 모성 콤플렉스를 지닌 나약한 왕이라고 해도 그에게는 권력이 있다. 장생이 아무리 자유로운 몸이라고 해도 그에겐 권력이 없다. 그래서 결국 장생(광대)은 왕에 의해서 눈을 잃고 만다.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관계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이 더 볼만하다. 마지막에 장생이 왕 앞에서 공길이와 함께 줄타기를 하는데 줄 위에서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난다는 대화를 하면서 더욱 높이 뛰어 오른다. 그와 동시 왕을 죽이기 위해 신하들이 몰려온다.


나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두 세계의 각기 다른 끝을 보았다.


십자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세계도 두 세계가 아니던가? 권력과 상관없이 진리 안에서 자유 하는 세계와 왕이 되기 위해 투쟁하면서 살아가는 세계다.


많은 사람들은 자유보다는 권력을 원한다. 그러나 십자가는 세상이 추구하는 세계를 흔들어 버린다. 그리고 한 낱 놀이에 불과한 세계임을 고발한다. 영원한 것은 오직 진리 안의 세계일뿐이다.

(2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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