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저희가 예루살렘에 가까이 와서 감람산 벳바게와 베다니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 중 둘을 보내시며 이르시되 너희 맞은편 마을로 가라 그리로 들어가면 곧 아직 아무 사람도 타 보지 않은 나귀 새끼의 매여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끌고 오너라 만일 누가 너희에게 왜 이리 하느냐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이리로 보내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가서 본즉 나귀 새끼가 문앞 거리에 매여 있는지라 그것을 푸니 거기 섰는 사람 중 어떤이들이 가로되 나귀 새끼를 풀어 무엇하려느냐 하매 제자들이 예수의 이르신대로 말한대 이에 허락하는지라 나귀 새끼를 예수께로 끌고 와서 자기들의 겉옷을 그 위에 걸쳐두매 예수께서 타시니 많은 사람은 자기 겉옷과 다른이들은 밭에서 벤 나무가지를 길에 펴며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자들이 소리지르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이여 찬송하리로다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 (막 11:1-10)
<설교>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학교, 직장, 남편 또는 아내,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물건을 하나 사는 것까지 자신이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선택을 하는 순간만 해도 자기에게 가장 좋은 것이기에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은 자기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중하게 선택을 하면 될까요? 아무리 신중하게 선택을 한다고 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나중 결과에 대해 미리 예상을 하면서 선택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타난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인생에서 후회는 없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생의 결과를 미리 알고 계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는 것은 결과까지 미리 예정된 가운데 하시는 일입니다. 바로 이점이 우리를 안심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악한 길로 인도하신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절)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결과는 항상 선이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인생을 하나님의 선택에 맡겨 살아가는 것보다 더 안심되는 것은 없습니다. 비록 지금 현재의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알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을 하나님께 요구합니다.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했기에 내가 선택한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곧 내게 행복이라는 착각과 함께 하나님을 부르는 것입니다.
본문에 보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면서 타고가실 나귀를 제자들을 보내서 끌어 오도록 합니다. 그런데 그 나귀는 이미 예수님에 의해서 선택되어져 있었고, 제자들은 예수님이 선택하신 그 나귀를 끌어 오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나귀는 주인이 따로 있었습니다. 즉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나귀를 주인에게 허락을 받지도 않고 무작정 끌고 오라고 지시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누가 ‘왜 이리 하느냐’고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라고 말하면 즉시 보낼 것이라고까지 말씀합니다. 참으로 일방적인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나귀의 주인을 먼저 찾아서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도 주인이 안된다고 하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미 나귀를 선택해 놓으시고, 주변의 모든 상황이 예수님의 선택대로 되어질 것으로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나귀를 끌어 올 때 일어날 일과 그 결과까지 모두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선택하시고 일하시는 것에는 실패와 후회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주가 쓰시겠다’라는 말씀은 ‘주가 쓰시겠다’라고 하면 무조건 내 놔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많은 목사들이 이 말씀의 의미를 자기 멋대로 곡해해서 교회의 일에 필요한 것이면 곧 주가 쓰시는 것이고, 따라서 교인들은 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면 주저 없이 내 놔야 한다는 말까지 하지만 그것은 강도일 뿐 주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주가 쓰시겠다’라는 말씀은 예수님에 의해 사용되어질 나귀가 과연 예수님이 탈만한 힘이 있고 외형적으로도 쓸만한 나귀냐라는 것을 묻지 않습니다. 주가 쓰시겠다는 한 마디로 족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가 쓰신다면 필요한 것은 주의 능력인 것이지 나귀 새끼가 어떠한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귀새끼가 약하든 강하든 나귀 새끼가 주의 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나귀는 주가 자신을 사용하실 것을 대비해서 미리 준비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예수님이 언제든 사용하실 수 있도록 미리 자신의 신앙을 키우며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엉터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목사들이 그러한 말을 하는 것은 준비하지 못해서 주가 사용하지 못할 것이 염려스러워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교인들로 하여금 교회 일에 열심을 내도록 하기 위해 선동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도구로 사용하시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갖추고 있는 조건이나 실력이 주의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의 일은 주의 능력으로 주가 이루실 뿐입니다. 우리는 다만 주의 뜻에 의해 사용되는 것 뿐이구요.
그런데 본문에서 한가지 이상한 것은 나귀 주인의 반응입니다. 4-6절을 보면 제자들이 나귀를 풀어 끌어 오려고 하자 예수님의 말씀대로 나귀 주인이 ‘왜 나귀를 푸는가?’라고 묻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지시한 대로 ‘주가 쓰시겠다’라고 말하자 나귀 주인은 아무 말 없이 나귀를 데려가도록 합니다.
나귀는 당시 큰 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주가 쓰신다는 말 한마디로 주저 없이 데려가도록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또 어디에 쓰려는지도 물어보지 않지 않습니까? 다만 ‘주가 쓰신다’는 말씀에 의해서 모든 것이 복종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신자들을 보면 ‘자신을 주님의 도구로 사용해 달라’는 기도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대개는 자신이 사용되는 용도와 방향을 미리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선교사로 사용해달라거나 아니면 구제를 많이 하는 도구로 사용해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주님께 사용되기를 원하면서 어떤 용도로 사용해 달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배우들에서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배역만 골라서 하고자 한다면 드라마는 만들어 질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자가 저마다 자신의 선택을 가지고 주의 도구가 되겠다고 한다면 주의 일은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도구가 어떻게 어떤 용도로 어디에 사용되는가는 전적으로 도구를 선택하시는 분의 뜻입니다. 도구는 다만 그 뜻에 순종되어지는 것뿐입니다.
때문에 진심으로 자신이 예수님이 의해 사용되는 도구임을 안다면 자신의 지금 그대로를 예수님이 사용하고 계심을 인정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만 지금의 모습 그대로 예수님을 증거하는 도구로서 살게 해달라는 간절함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신자는 자신의 인생이 항상 예수님에 의해서 선택되고 있음을 압니다. 반면에 신자가 아닌 사람은 자기 인생은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살지만 결국 후회가 남게 됨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가 쓰신다는 말은 우리 인생은 아예 주님에 의해서 저당 잡혀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나를 위한 인생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를 위한 인생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예수님이 나귀 새끼를 타시고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것은 슥 9:9에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할찌어다 예루살렘의 딸아 즐거이 부를찌어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공의로우며 구원을 베풀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새끼니라”고 기록되어 있는 예언을 이루시기 위함입니다.
이 말씀대로 하면 나귀 새끼는 예수님이 곧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라는 사실을 증거하는 증거물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태우고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위한 길이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에 의해 부름 받은 도구는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가 누구신가를 증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주가 자신을 쓰신다는 것을 아는 신자는 모든 것을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주님이 누구신가를 나타내고 증거하기 위해 주어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어떤 형편에서도 실망하거나 교만하기보다는 예수님의 증거자로 살기를 소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귀 주인처럼 주가 쓰신다는 말 앞에서는 ‘내 것’이라는 개념도 사라질 뿐입니다. 나귀 주인이 만약 ‘나귀는 내 것이고 큰 재산이다’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면 나귀를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가 쓰시겠다는 말에 의해서 두말없이 나귀를 보내는 것은 나귀의 소유도 내가 아니고 주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주가 쓰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신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안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가 의도한 대로 인생의 모든 것이 흘러갈 것이고, 결국 결과는 주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말에 대해 우리 속에서는 ‘그럼 나는?’라는 반발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주님에 의해서 보내진 인생이고, 주님 때문에 존재하는 인생임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내가 뜻하는 인생을 만들어 낼 수 없음을 생각한다면 주께 저당 잡힌 인생이라는 것이 더 큰 복으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이 복이 복으로 여겨지는 그것이야 말로 놀라운 은혜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자 됨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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