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예수께서 감람산에서 성전을 마주 대하여 앉으셨을 때에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과 안드레가 종용히 묻자오되 우리에게 이르소서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이 모든 일이 이루려 할 때에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이르되 내가 그로라 하여 많은 사람을 미혹케 하리라 난리와 난리 소문을 들을 때에 두려워 말라 이런 일이 있어야 하되 끝은 아직 아니니라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처처에 지진이 있으며 기근이 있으리니 이는 재난의 시작이니라 (막 13:3-8)
<설교>
지진이 많은 지역의 사람들은 항상 언제 있을지 알 수 없는 지진을 대비하며 살아갑니다. 건물을 지을 때도 강도 높은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하면서 튼튼하게 지을 것이고, 평소에 대피 훈련도 할 것입니다. 수해가 많은 지역도 역시 하수구 정비 등을 하면서 그에 따른 대비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은 어떤 재난이 닥쳐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그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본문에 보면 제자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화려하고 웅장한 헤롯 성전을 보면서 자부심을 가지는 제자들에게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무너질 것에 대해 예언을 하셨습니다. 이것은 제자들이나 유대인에게는 충격적인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전은 유대인들에게는 신앙의 중심이고 구원의 바탕이 되는 것이었는데, 그 성전이 돌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무너진다는 말씀은 제자들로 하여금 크나큰 재난을 연상하게 할 놀라운 말씀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과 안드레가 예수님께“우리에게 이르소서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이 모든 일이 이루려 할 때에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4절)라고 묻습니다. 어느 때 그런 일이 있겠으며, 그 모든 일이 이루어지려고 할 때 무슨 징조가 있을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의도는 뻔합니다. 그토록 큰 성전이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진다는 것은 큰 재앙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 재앙의 때를 미리 앎으로써 대비를 해보자는 속셈이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예수님의 재림을 믿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재림에서 가장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재림의 때일 것입니다. 언제 어느 때 재림이 있을 것인지가 재림을 말하는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인 것입니다.
이처럼 재림의 때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미리 대비를 해보자는 차원에서일 것입니다. 재림의 때를 알게 되면 더욱 더 신앙에 열심을 내어서 예수님이 재림하셨을 때 구원에서 탈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종말을 대비해 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종말은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대비한다고 해서 종말의 때에 심판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가령 재림의 때를 안다면 사람들은 평소에는 자기 마음대로 살다가 때가 가까워지면 예수 믿으면 된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 구원에만 집착하는 것이지 예수님께 마음을 두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자기 구원에 집착하여 행동하는 것은 가식이고 위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믿음이 아닌 것입니다.
믿음은 평소에 예수님의 의를 믿고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의를 믿는다는 것은 자신이 신앙생활을 잘해서 구원 받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의로우심이 나를 구원에 이르게 함을 믿는 것이기 때문에 신앙생활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믿음의 삶은 특별한 신앙생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날마다 주를 의지하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이러한 신자에게는 재림의 때가 궁금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는 약속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살게 될 뿐입니다. 재림의 약속 안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는 것에 불과할 뿐임을 알게 되는 것이고, 세상의 그 무엇도 자신을 생명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에 세상의 것보다는 하늘의 은총을 소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종말의 때를 알고 미리 대비해보려는 속셈으로 징조를 묻는 제자들에게 종말에 나타날 현상, 즉 징조에 대해 말씀합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생각대로 종말을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도우시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종말에 나타나는 징조라는 것이 어떤 특이한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령 ‘종말이 되면 하늘의 해가 사라져 버리고 온 세상이 어두워 질 것이다’라고 하신다면 분명 종말을 예측할 수 있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왜냐하면 해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평소에는 종말을 잊고 살다가 어느 아침에 해가 사라지고 없는 것을 보게 되면 종말의 예언을 기억하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징조라는 것은 평소에는 일어날 수 없는 놀랍고 특이한 현상이라야 징조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평소에 일어나지 않는 놀랍고 특이한 현상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종말에 나타나는 현상은 먼저 “너희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이르되 내가 그로라 하여 많은 사람을 미혹케 하리라”(5,6절)는 것입니다. 즉 거짓 선지자가 등장을 하여 가짜 복음으로 사람들을 미혹케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처처에 지진이 있으며 기근이 있으리니 이는 재난의 시작이니라”(8절)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말씀한 이러한 일들이 종말을 알려주는 징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쟁, 기근, 지진은 인류 역사에 끊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즉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현상들을 보고 종말의 때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보면 예수님의 의도는 제자들에게 종말의 때를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거짓선지자가 사람들을 미혹하고, 전쟁과 기근과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은 하나님의 심판에 의해서 사라질 곳에 지나지 않음을 알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즉 세상은 소망 둘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전이 있는 상태에서 종말에 대해 말씀한다면 유대인들은 성전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성전이 있기에 자신들은 걱정 없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먼저 성전이 무너져 사라질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종말을 말씀합니다. 이처럼 성전이 사라진 상태에서의 종말은 유대인들이 믿고 의지할 것이 사라지고 없음을 뜻합니다. 결국 땅에 세워진 것은 그 어떤 것도 구원의 통로가 될 수 없음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짓 선지자는 예수님이 무너뜨려 버리신 성전을 세워서 그것을 또 다시 구원의 통로로 제시를 합니다. 즉 예수님이 아닌 다른 것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미혹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선행이 바로 그것이고, 종교생활 또한 거짓선지자가 미혹하는 도구입니다. 그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성전을 다시 세우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예수님이 무너뜨리신 구원의 바탕을 만들어 내고 그 위에 자기 신앙을 세우게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멸망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거짓선지자입니다.
신자는 이러한 것들을 분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수님의 십자가로 가능합니다. 십자가를 기준으로 하여 세상을 보게 되면 왜 세상이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그 내막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신자가 세상을 이러한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기근이 있고 지진이 일어나는 것도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일의 내막을 알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단지 자연현상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신자에게는 이 세상이 종말이라는 하나님의 뜻에 붙들려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을 향해 그 마음이 깨어 있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제대로 보면서 살아가는 신자는 세상의 것이 있고 없고에 민감하기 보다는 예수님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믿는 자로 사는 것이 삶의 목표와 방향이 되는 것이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해도 예수님을 알지 못한 자의 인생을 실패일 뿐이라는 시각으로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는 세상의 형편과 환경을 바라보면서 낙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알게 된 것만으로 감사하면서 자신을 성공자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종말은 세상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다른 예수로 사람들을 미혹하는 거짓선지자로 알 수 있고, 전쟁과 기근과 지진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미 종말 안에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종말 안에서 신자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구원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이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질 것이라고 말씀하신 이상 눈에 보이는 것에 구원의 근거를 두려고 하면 안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인간의 선행이나 열심 있는 종교 생활이 유대인들의 성전처럼 여러분에게 구원의 근거로 자리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십자가로 말미암아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져야 합니다. 그리고 오직 참된 성전으로 오신 그리스도만이 여러분의 전부로 세워져야 합니다.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는 그 믿음이 여러분을 심판의 때에 그리스도의 생명에 연합된 자로 구원에 이르게 하는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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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강) 마가복음 13:9-13 종말의 현실
(73강) 마가복음 13:1-2 무너질 성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