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이틀을 지나면 유월절과 무교절이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궤계로 잡아 죽일 방책을 구하며 가로되 민요가 날까 하노니 명절에는 말자 하더라 예수께서 베다니 문둥이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실 때에 한 여자가 매우 값진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 옥합을 깨뜨리고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 어떤 사람들이 분내어 서로 말하되 무슨 의사로 이 향유를 허비하였는가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 이상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겠도다 하며 그 여자를 책망하는지라 예수께서 가라사대 가만 두어라 너희가 어찌하여 저를 괴롭게 하느냐 저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저가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사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의 행한 일도 말하여 저를 기념하리라 하시니라 (막 14:1-9)
<설교>
여러분은 기독교 신앙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즉 세상의 이치와 이론에서 어긋남이 없는 것이 기독교인가 하는 것입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 신앙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것을 성경을 통해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이치와 이론은 자기를 위해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주를 위해 살라고 합니다. 주를 위해 살면 복이 주어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를 위해 살다가 죽는 길로 가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즉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본문에도 보면 합리적이지 못한 일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한 여인이 아주 비싼 향유를 가지고 와서 예수님의 머리에 부은 일입니다. 그 향유는 삼백 데나리온의 가치가 있었고, 삼백 데나리온이 약 삼백만원의 액수이며 당시 일반인의 일 년 수입임을 생각한다면 그 여인은 아주 대단한 일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여인의 행동을 본 어떤 사람들이 분을 내면서 향유를 그렇게 허비할 것이 아니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책망을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여인의 행동과 여인을 책망하는 사람들 중 누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까?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부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하지만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고, 심지어는 굶어죽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것이 주님을 위한 것이고, 주님께 영광이 되고, 주님의 정신을 드러내는 일이 되겠습니까? 향유를 팔아 그것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그것 때문에 예수님의 이름이 더 칭송을 받고 영광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러한 생각을 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가만 두어라 너희가 어찌하여 저를 괴롭게 하느냐 저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6절)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으로 인해서 사람은 둘로 나뉘게 됩니다. 향유를 부은 여인처럼 예수님께 좋은 일을 한 사람과 여인을 나무란 사람들처럼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곧 예수님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신자가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예수님의 이름을 높이고 예수님께 영광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입니다.
가령 여러분이 사람에게 좋은 일, 즉 세상이 생각하는 착한 일을 하면 분명 그것을 본 사람들은 여러분을 칭찬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죄를 깨달으며 예수를 믿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7절에서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신자는 가난한 자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신앙의 본질은 아니란 것입니다.
예수님은 여인의 행위를 예수님께 좋은 일을 한 것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부은 것이 어떻게 예수님께 좋은 일이 되는 것입니까?
8절을 보면 “저가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사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이것을 보면 향유를 부은 여인의 행동을 예수님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즉 예수님의 죽으심을 나타내고 부각시키는 것으로 보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의 행한 일도 말하여 저를 기념하리라 하시니라”(9절)는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 좋은 일은 예수님의 죽으심을 나타내고 부각시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여인이 행한 일도 말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으심이 함께 전파되는 것이 참된 복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인이 부은 향유의 가치는 세상적 가치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인을 책망한 사람들은 향유가 갖고 있는 삼백 데나리온의 가격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팔아 가난한 자를 돕는 일을 하면 향유의 가치가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이고 향유를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향유의 가치, 향유의 의미가 사람을 돕는 선한 일을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교회의 의미, 신자의 의미를 사람들을 돕는 선한 일에 두고 있습니다. 선한 일을 통해서 교회의 교회됨이 부각되고 신자의 신자됨이 증거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인에게 있어서 향유를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은 예수님에게 붓는 것이었습니다. 비싼 향유를 예수님께 부어도 될 정도로 예수님은 존귀하신 분임을 드러내는 것이 향유가 의미 있게 사용되는 것임을 생각한 것입니다.
이러한 여인의 행위를 예수님은 예수님의 장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말씀하심으로써 예수님을 드러내는 것은 곧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건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것으로 예수님이 존귀하게 됨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향유를 부은 여인의 행위를 헌신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그 의미는 뻔합니다. 자신에게 있는 소중한 것, 즉 재물과 몸으로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여인의 행위를 그러한 헌신으로 바꾸어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그런 헌신이 없습니다. 여인의 행위를 헌신으로 말하고자 한다면 그 헌신은 예수님을 죽으심을 증거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 함께 전파되어야 하는 것은 재물과 몸으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여인이 자신을 생각했다면 향유를 예수님께 부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 이름, 자기 영광을 생각했다면 사람들의 말처럼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기에 그 일을 한 여인의 이름이 부각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여인을 책망한 사람들은 인간의 이름, 인간의 영광을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그들이 비록 예수님과 함께 있었다고 해도 그들에게 존귀한 것은 예수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복음서를 보면 여인을 나무란 그들이 예수님의 제자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결국 제자라고 하면서도 실상은 여인보다 못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신자가 예수님을 존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자기 이름과 자기 영광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 이름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자기 영광을 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봉사도 헌신도 아닙니다. 신자는 무엇을 해도 그것으로 자신이 살고자 하면 안됩니다. 신자의 모든 일은 죽은 나를 살리신 예수님의 죽으심이 증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은 무익한 종임을 증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율법이 주어졌을 때 그들은 율법을 자신을 살리는 도구로 활용을 했습니다. 율법을 실천함으로써 자신들이 하나님의 백성임을 확고하게 하려고 했고, 구원을 붙들어 놓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율법은 이스라엘을 죽이시기 위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존귀하게 여긴다면 율법 아래 죽은 자로 나와야 했던 것입니다.
오늘날 신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을 자신이 살고자 하는 도구로 활용을 하면 안됩니다. 말씀대로 선한 일을 하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신자됨을 확보하고 구원을 확실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살기위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자는 철저하게 죽은 자로 예수님께 나와야 합니다. 그럴 때 자신이 행한 어떤 일도 선한 일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자신이 행한 것으로 예수님을 존귀하게 할 수도 없음을 알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존귀하게 되는 것은 예수님의 죽으심이 나를 살렸음을 믿고 그 일을 증거하는 것임을 알 것입니다. 이것이 여인의 행함입니다.
따라서 여인의 행위가 나올 수 있는 사람은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죄를 자각하는 사람입니다. 눅 7장에도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은 여인이 나오는데 그를 죄인된 여인이라고 말합니다. 자기의 죄를 알기 때문에 십자가에 죽으시는 예수님을 존귀한 분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죄인 됨을 잊지 않는 신자에게는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신 예수님이 가장 존귀한 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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