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비멜렉이 사라를 아내로 취하려고 한 것은 분명 아비멜렉의 잘못이 아니라 아브라함과 사라의 거짓말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찾아가셔서 그를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비멜렉을 찾아가셔서 그를 책망하십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이 가지고 있는 죄에 대한 상식으로 생각하면 하나님의 행위는 분명 정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비멜렉은 사라가 아브라함의 누이인줄로 알고 아내로 삼고자 한 것뿐입니다. 아비멜렉을 속인 자는 오히려 아브라함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찾아가셔서 사라를 누이라고 속인 행동을 책망하시고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아비멜렉에게 찾아가서 그를 속인 것을 사과하게 하고 사라를 되찾아 오게 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과 일치하는 정당한 하나님일 것입니다. 그런데 20장의 어디를 봐도 거짓말한 아브라함에 대한 하나님의 책망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거짓말을 인정하신다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우리 역시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답을 내려도 되는 것입니까? 사실 20장의 내용은 이런 생각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지만 이것은 성경을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며 하나님의 일을 우리의 상식으로 해석하려는 결과가 될 뿐입니다.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거짓말을 안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거짓말을 용납할 수 없는 악한 행위로 여기신다면 아브라함이 거짓말을 하기 전에 그것을 막으셔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이 옳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거짓말을 했다 안했다’라는 행위에 국한해서 본문을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대로 ‘왜 거짓말을 한 아브라함은 그냥 두시는가?’라는 의문점만 남게 될 뿐입니다.
아비멜렉이 비록 아브라함의 거짓말로 인해서 애매하게 피해를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비멜렉이 죄없는 자는 분명 아닙니다. 이처럼 아비멜렉이 본문의 사건과 관계없이 죄있는 자임을 생각해 볼 때 하나님은 아비멜렉에게 찾아오셔서 아브라함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나타내고 계심을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비멜렉이 사라만 취하지 않으면 죄없는 자가 되지 않은 것처럼 우리가 몇가지 옳은 행동을 하고 양심에 바르게 산다고 해서 죄없는 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죄는 인간관계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의 잘못됨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죄를 위해서 하나님은 예수님을 세우셨고, 예수님의 역할로 인해서 죄있는 우리가 온전한 자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아브라함을 내세워서 보이시고 계시는 것입니다. 결국 거짓말한 아브라함이 아니라 아비멜렉을 찾아가셔서 책망하시는 것은 아비멜렉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약속 안에 있는 아브라함이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가를 드러내시기 위함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아비멜렉을 찾아오신 하나님은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않게 하셨나니’(6절)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것을 보면 아비멜렉이 사라를 아내로 삼는 것은 곧 하나님께 범죄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비멜렉이 사라를 아내로 삼는 것이 왜 하나님께 범죄한 것이 됩니까?
17장에 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열국의 아비가 될 것이라는 약속을 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언약을 아브라함과 그 후손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으시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약속을 하실 당시 아브라함에게는 후손이 없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약속은 장차 아브라함과 사라를 통해서 후손이 태어날 것임을 약속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라가 아비멜렉의 아내가 되면 하나님의 약속이 무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아비멜렉이 사라를 아내로 취하려는 행동 자체는 하나님의 약속을 훼방하는 범죄가 되는 것입니다.
아비멜렉은 하나님께 범죄할 수 있는 위기에서 하나님으로 인해 벗어나게 됩니다. 하나님이 아비멜렉의 범죄를 막으신 것입니다. 즉 단순히 남의 아내를 취하는 행동을 막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범죄하는 것을 막으신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범죄란 우리의 의지와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막으심으로써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범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찾아오셔서 우리 마음을 다스리며 범죄함을 막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언제나 하나님을 높여야 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비멜렉이 하나님의 약속을 훼방하는 범죄를 막으신 것처럼 지금도 자기 백성이 하나님의 약속을 벗어나는 범죄를 막으십니다. 신자가 하나님의 약속을 벗어나는 것은 하나님이 세우신 그리스도의 공로를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 행위를 의로 여기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게 성령을 보내셔서 그리스도의 피를 믿게 함으로써 하나님께 범죄하는 것을 막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십자가에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를 믿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하나님이 나의 범죄함을 막으시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믿음도 나의 공로가 아닌 것입니다.
3. 7절의 말씀을 보면 아비멜렉은 아브라함의 기도로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쨌든 사라를 돌려보내면 아비멜렉은 범죄치 않은 것이 됩니다. 그런데 왜 아브라함이 기도해야 산다고 말씀하는 것입니까?
2번의 물음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비멜렉이 비록 사라를 돌려보낸다고 해도 그가 죄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죄중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아담이 범죄한 이후로부터의 인간의 본질입니다. 결국 아비멜렉은 사라와 관계없이 죄있는 자이기 때문에 죽어야 할 존재임은 틀림이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비멜렉과 아브라함의 관계를 통해서 바로 인간의 죄는 반드시 누군가의 역할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7절에 보면 아브라함을 가리켜서 ‘그는 선지자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선지자는 하나님 편에 서서 하나님의 계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면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도구로서 하나님의 계시를 드러내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선지자라고 불려지는 것입니다.
아비멜렉은 아브라함의 기도가 필요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은 자신의 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결국 나의 회개조차도 나의 죄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아비멜렉을 통해서 아브라함이 왜 세상에 있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라에 대한 행위만을 두고 생각하면 아비멜렉은 굳이 아브라함의 기도가 필요 없습니다. 사라를 돌려보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람들의 착각도 이것입니다. 자신의 행위만을 두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양심대로 살았기에 죄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자신의 죄를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모습은 유대인을 통해서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그들은 자기 행위에서 자신의 의로움만을 생각하였기 때문에 자기들을 위해 기도해 줄 존재가 필요치 않았던 것입니다. 기도가 필요하면 자신들이 직접 하나님께 기도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하나님께 기도하여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의로운 존재가 없음을 생각한다면 죄가운데 있는 우리들은 예수님의 기도로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4. 아비멜렉이 아브라함을 불러서 자신을 속인 이유를 묻자 ‘이곳에서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으니 내 아내를 인하여 사람이 나를 죽일까 생각하였다’(11절)고 말합니다. 이러한 아브라함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잘못된 신앙은 무엇이며 우리의 어떤 모습과 일치하는 것입니까?
아브라함이 사라를 누이라고 속일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방인들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이방인들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고, 따라서 그들에게는 하나님을 말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때문에 자기 스스로 살길을 생각하게 된 것이고 결국 사라를 누이로 가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브라함은 무엇을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까? 그것은 이방인들까지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하나님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이방인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여긴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잘못된 믿음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아비멜렉이라는 이방인을 붙이심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이방인들도 다스리심을 믿지 않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아는 자기에게만 하나님이시지 이방인들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다고 해도 그 능력 역시 믿는 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이방인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이방인을 붙이십니다. 그리고 이방인들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나타내고 증거하는가를 보시는 것입니다. ‘저들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니까 하나님을 말하면 될 것이고, 저들은 하나님을 모르니까 말해도 모른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이것이 곧 하나님이 모든 세상과 모든 사람을 다스리심을 잊고 있는 결과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다스리시듯 이방인도 다스리십니다. 불교의 사람들도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있습니다. 때문에 신자는 누구를 만나든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에서 우리가 증거해야 할 빛과 소금의 모습입니다.
5. 어쨌든 아브라함은 사라를 누이라고 속인 거짓말을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아비멜렉의 땅에서 나올 때 오히려 많은 재물을 받아 나오게 하십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20장의 내용을 대할 때 쉽게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은 아브라함이 거짓말을 한 사실입니다. 세상은 인과응보라는 법칙아래 있습니다. 나쁜 일을 한자는 벌을 받고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세상은 엉망이어서 이러한 법칙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지만 신만큼은 철저히 이 법칙으로 세상을 다스리실 것을 믿고, 또 그렇게 다스려 줄 것을 원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분명 거짓말은 나쁜 것입니다. 더군다나 하나님을 믿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지 않고 자신의 방법을 동원해서 거짓말을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브라함은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오히려 아비멜렉에게 많은 재물을 얻어서 나오게 하십니다. 이 점이 본문에서 이해하기 힘든 혼란스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생각부터 해봅시다. 재물이 주어진 것이 과연 상이며 복입니까? 세상은 재물이 주어진 것을 복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정당화 되려면 재물이 많은 세상의 모든 사람은 착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재물=복’이라는 공식은 결코 성립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거짓말을 한 아브라함이 아비멜렉에게 재물을 받아서 나오는 것을 ‘죄를 지었는데 왜 복을 받는가?’라는 것으로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재물이 꼭 하나님이 그를 인정하신다거나 도와주신다거나 복을 주셨다는 것을 뜻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분명 재물을 얻어 나오게 하시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아브라함을 위해서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오히려 아브라함의 불신앙을 깨닫게 하시고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하나님은 이방인에게까지 살아계시는 분임을 나타내시기 위해서 재물을 받아 나오게 하시는 것입니다. 만약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다른 벌을 내리셨다면 아브라함은 ‘아하 내가 거짓말을 해서 벌을 받는구나’라는 단편적인 생각에 멈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두려워했던 아비멜렉이 오히려 하나님으로 인해서 아브라함을 존중하고 그에게 재물까지 주다면 그 일에서 아브라함은 이방인에게까지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많은 재물을 맡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아비멜렉의 재물은 상도 복도 아니라 오히려 믿음 없음을 책망하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재물이 곧 하나님의 책망의 도구였다는 이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성경의 비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것입니다.
6. 하나님은 사라의 연고로 아비멜렉의 집 모든 태를 닫았다가 아브라함이 기도하자 생산케 하십니다. 그러나 정작 당시 아브라함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자식을 주시려면 아브라함부터 주시는 것이 옳은데 왜 자식이 없는 아브라함이 기도하게 해서 아비멜렉의 집 태를 여시는 것일까요?
아브라함이 기도함으로써 아비멜렉의 집의 태가 열렸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아비멜렉의 집에 자식을 주셨음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태가 닫히게 하신 분도 여호와시고 태가 열리게 하신 분도 여호와시라면 사라의 태가 닫힌 것도 여호와가 하신 것이고 결국 태가 열리는 것도 여호와의 소관이라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자식을 주지 않으십니다. 얼마든지 사라의 태가 열리게 하실 수 있는 하나님이신데 자식을 주지 않는 것은 아브라함에 대한 다른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비멜렉은 단순히 자식을 얻은 것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에게 자식이 주어진다면 그는 단순히 아브라함의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의 자식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담고 태어나는 하나님의 자식인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이것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이 기도함으로써 아비멜렉의 집의 태가 열린 것을 아브라함에게 기도의 능력이 있다거나 아브라함이 대단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우린 대개 기도의 능력을 마치 기도만 하면 하나님이 다 들어주시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그것이 기도의 능력이라면 아브라함은 기도해서 사라의 태도 열리게 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아내인 사라의 태도 열리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의 기도를 어떤 능력의 차원으로 이해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모든 기도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기도란 기도하는 사람의 특별한 능력이나 재주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것에 무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도보다는 목사의 기도를 더 능력이 있고 신뢰할만한 것으로 믿게 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이 기도함으로써 아비멜렉의 집의 태가 열리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라의 태는 닫힌 상태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브라함은 앞으로 자신에게 자식이 생긴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기 뜻이나 욕심과는 무관한 오직 하나님의 뜻에 의해 태어난 하나님의 자식임을 믿어야 했던 것입니다. 이 믿음으로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요구에 순종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식이기에 하나님이 요구할 때 바칠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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