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곱의 재산이 늘어나자 라반의 안색이 전과 같지 않게 됩니다. 그 시점에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고 말씀합니다. 달리 말하면 라반의 집에서 나올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호와께서는 왜 야곱을 라반의 집에서 나오게 하시는 것입니까? (야곱이 라반의 집에서 경험하게 된 것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라반의 집에서 나오게 하시는 것은 라반과 야곱에 대한 구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나오게 하시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야곱이 라반의 집에서 경험하게 된 것은 재물로 인한 경쟁과 다툼입니다. 1절에 보면 “야곱이 들은즉 라반의 아들들의 말이 야곱이 우리 아버지의 소유를 다 빼앗고 우리 아버지의 소유로 인하여 이같이 거부가 되었다 하는지라”고 말합니다. 부자가 된 야곱에 대한 라반의 아들들의 시기와 미움인 것입니다. 라반 역시 안색이 변하며 야곱에 대해 전과 같이 아니하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라반은 딸을 이용하여 야곱의 노동력을 착취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물론 야곱이라고 해서 라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야곱 역시 라반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야곱을 택하셔서 하나님이 약속하신 일을 이루려 하십니다. 그러기 위해 야곱을 라반의 집에서 나오게 하시는 것입니다. 라반의 속성과 함께 할 수 없는 야곱임을 보여주시는 것이고, 이는 앞으로 하나님이 야곱에게 어떻게 일하실 것인가를 보여주시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라반의 속성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는 야곱을 고치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람다운 모습으로 만들어 가시려는 하나님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출애굽의 이스라엘 역시 동일합니다. 이스라엘 역시 애굽과 다를 바 없는 속성의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을 애굽에서 나오게 하심으로써 하나님이 택한 자의 나라를 세워 가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린양의 피가 있었던 것입니다. 애굽과 다른 나라라는 것은, 애굽보다 도덕성이 뛰어나고 인격이 훌륭한 사람들이 모인 나라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나라를 뜻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우고자 하시는 이스라엘이란 국가는 인간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은혜로 유지되는 것임을 아는 국가인 것입니다.
그런데 라반이든 야곱이든 자신의 힘과 수단으로 자신을 지키고 유지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세상의 속성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하나님이 없이 자기들의 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러한 라반의 세계에서 야곱을 끄집어내심으로써 야곱으로 하여금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것임을 가르치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야곱에 대한 하나님의 열심이며 의지입니다.
2. 3절에 보면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이르시되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지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함께 있으리라는 말씀의 의미는 돌아가도록 도우신다는 의미보다는 야곱으로 하여금 돌아가게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야곱의 하나님이 신자와 함께 하신다면 하나님은 신자에게 어떤 의지를 가지시고 어떻게 일하시는 것입니까?
야곱에게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시고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고 말씀하신 것을 야곱이 조상의 땅, 야곱의 족속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무지함의 결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위해 일하신다는 종교적인 상식으로 인해서 야곱의 일을 돕기 위해 함께 하시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하나님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경 어디를 봐도 하나님께서 인간의 뜻과 계획을 이루어주시기 위해 일하시는 분임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는 하나님의 뜻과 계획과 목적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일의 성취를 위해 인간을 택하시고 부르셨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하나님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자의 중심 사상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인간을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인간을 다스리고자 함께 하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택한 자로 하여금 자신의 뜻과 목적을 위한 삶에서 하나님의 뜻과 목적을 위한 삶으로 돌이키도록 하시기 위해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하나님이 야곱에게 함께 하시겠다는 것도 조상의 땅과 족속에게로 돌아가게 하셔서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을 이루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야곱의 하나님이 신자와 함께 하신다면 어떻게 일하시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내 일을 도우시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실 하나님의 함께 하심은 택한 자기 백성을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하시기 위해 그의 삶에 개입하시어 간섭하시는 것입니다. 신자는 하나님이 함께 하심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으로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혹 나의 탐욕과 욕심으로 인해 하나님의 뜻과 어긋나는 인생으로 나아갔다 하더라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간섭하심으로 결국 백성답게 고침 받으면서 하나님이 의도하시는 길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열심이기에 하나님이 택하셨다는 것 자체가 곧 구원의 확신이 되는 것입니다.
3. 야곱은 하나님께서 라반을 금하사 자신을 해치 못하게 하셨고 라반의 것을 빼앗아 자신에게 주셨다는 말을 합니다(7-9절). 이 말은 하나님은 전적으로 자기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일이 단순히 라반의 것을 빼앗아 야곱의 것이 되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야곱이 생각하지 못하는 하나님의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에게 야곱과 같은 일이 있다면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야곱은 하나님을 전적으로 내편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일이 성사됨으로써 하나님은 자신을 돕고 계시고 결국 내편이라는 결론을 내려 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야곱의 입장이라 해도 야곱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사고는 육신이 잘되는 것을 하나님의 도움으로 생각하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만 하나님이 잘되게 하시고 도우신다고 여기기 때문에 야곱처럼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되어진다면 하나님을 내편으로 여기지 않겠습니까? 야곱 역시 자기가 계획한대로 일이 성사되어서 많은 양을 자기 소유로 하게 되자 하나님이 라반은 싫어하시고 자신을 사랑하시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을 위해 일하시지도 않고, 야곱을 위해 일하시지도 않는다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이러한 생각이 바뀌지 않음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크나큰 오류에 봉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창조주시고 인간은 피조물일 따름이며, 하나님의 약속과 계획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인간이 창조되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무슨 일에서도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시기 위해 나에게 이런 일이 있게 하시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일이 아무리 순탄하게 되어진다 할지라도 단순히 하나님이 나를 도우시는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순탄함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도구며 일군의 자세인 것입니다.
4. 야곱이 몰래 라반의 집에서 도망을 치자 라반이 그것을 알고 야곱을 쫓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라반에게 현몽하여 말씀하시기를 야곱에게 선악간 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즉 야곱의 행위에 대해 따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라반에게 이같이 지시하신 것은 라반에게서 야곱을 지키시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야곱도 잘한 것은 없는데 왜 라반으로 하여금 야곱을 손대지 못하게 할까요?
하나님이 라반에게 현몽하시어 야곱에게 선악간 말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야곱의 행위가 옳기 때문도 아니고 무조건 야곱 편을 들어서 야곱을 지키시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물론 야곱의 편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이러한 간섭들이 마치 하나님이 전적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야곱이 잘한 것은 없습니다. 라반이나 야곱 모두 똑같이 인간의 탐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야곱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오히려 라반이 야곱을 치는 것을 막으시는 것은 야곱에게는 하나님의 일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통해서 복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나타내고자 하십니다. 이것을 위해 야곱이 꿈에 하늘과 연결된 사닥다리를 보게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야곱은 자신이 본 사닥다리마저 하나님께서 자신을 위해 일하시고 자신을 도우시고 지켜주시기 위해 자기와 함께 하시는 것으로 착각을 해버립니다. 결국 야곱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에 쓰여 지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어떤 분이신가를 알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나님이 책임지고 이루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야곱을 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야곱을 책임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야곱에 대한 판단은 하나님이 하시고, 심판을 하신다 할지라도 그 소관은 하나님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에게도 해당이 됩니다. 이스라엘도 하나님의 책임 아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죄를 범했다면 죄에 대한 심판의 책임은 하나님께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이방 나라에 의해 고통을 받고 멸망을 받는 것도 하나님이 이방 나라를 이용해서 이스라엘을 심판하신 결과였습니다.
이것은 가인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인이 비록 아벨을 죽인 살인자였지만 하나님은 아무도 가인을 죽이지 못하도록 지키십니다. 가인 역시 하나님 책임 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인을 심판하시는 것은 하나님이 하실 일이기에 누구도 가인을 심판하지 못하도록 지키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야곱을 지키신다고 해서 무작정 야곱의 편을 들어주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야곱에게 계획된 하나님의 일이 있기에 그 일을 위해 지키시는 것뿐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시기 위해 야곱을 책임지고 계시는 것입니다.
5. 하나님이 야곱을 지키시는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신자를 지키시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흔히 하나님의 지키심을 육신의 보호로만 이해합니다. 즉 불의의 재난과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또는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지켜주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에 대한 대부분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여러 사건들을 놓고 생각해 보면 분명한 모순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지키심이 육신의 보호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스데반 집사는 왜 지켜주지 않으신 것입니까? 세례요한은 또 왜 지켜주지 않으신 것입니까? 사도 바울은 왜 지켜주지 않으시고 수많은 고초를 겪게 하십니까? 예수님이야 구세주로 오셨기 때문에 십자가에 죽으셔야 한다고 할지라도 오직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은 지켜주고 보호해주셔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하나님의 지키심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는 사도고 우린 우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사도들을 인도하시고 지켜주신 하나님은 지금 여러분들을 지키시고 인도하십니다. 하나님이 야곱을 지켜주시는 것은, 장차 야곱을 세워서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일 때문입니다. 신자를 지키시는 것 역시 같습니다. 신자 개인의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위해 신자를 지키십니다. 가령 스데반의 경우, 하나님은 스데반을 죽게 하심으로써 복음을 드러내시고 세상이 복음을 거부하는 악함을 보여주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일이었다면 결국 이 일을 위해 스데반이 믿음 가운데서 죽을 수 있도록 지키셨음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지키심은 우리의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임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여러분의 육신을 지켜주신다면 그 역시 여러분의 몸을 보호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여러분을 도구로 사용하시고자 하신 하나님의 일을 위해 몸을 지키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몸을 보호하시는 것도, 어떨 땐 고통을 당하지만 고통에서도 믿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시는 것도, 하나님의 일을 위한 지키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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